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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

가족이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지 않을 때

by 햄미햄미 2022.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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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 여러가지 장점들이 있다. 단순하게 정돈된 주변덕에 주변 환경 관리가 쉬워진다. 물건에 집중할 에너지를 다른 생산적인 것들에 투자할 수도 있다. 나와 정말 잘 맞는 미니멀 라이프여도 좌절되는 순간들이 있다. 오늘은 집안 전체적으로 나의 노력이 보이지 않았을 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절대적인 물건이 많고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미니멀 라이프를 꾸려가는게 더딘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제약된 상황이 아니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에는 안정된 미니멀 라이프의 궤도에 정착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조건은 내가 노력해도 변하기가 정말 힘든 상황이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경우다. 특히 맥시멀리스트의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더욱 쉽지 않다.

나의 엄마는 맥시멀리스트다. 간장 하나를 사더라도 대용량을 사서 일년 내내 먹어야 한다. 노브랜드 빨래비누는 20개가 구비되어 있다. 더불어 물건을 못 버린다. 장을 보고 나면 나오는 소스통이나 음료수 병은 우리집에서 그냥 나가는 법이 없다. 병이 담을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거나 엄마가 생각하기에도 너무 많아서 정리의 필요성이 느껴지는 정도에 도달해야 집안을 탈출할 수 있다. 프라이팬도 코팅이 다 벗겨지고 조리할 때마다 음식이 눌어붙어서 새걸로 이미 구매를 했지만 아직도 고장난 프라이팬은 씽크대 하단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된다. 엄마는 커다란 소금 한 포대를 사서 소스병 여러개에 소분을 해두고 쓴다. 소분한 소금 한 병을 사용하는데 한 달은 족히 더 걸린다. 중복되는 소금 병들 때문에 다른 재료를 꺼낼 때도 걸려서 불편하고 찾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소금처럼 작은 포대만 사도 구입 주기가 긴 것들을 굳이 마트가 아닌 집에 쌓아놓음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프라이팬도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정해져 있다. 고장난 프라이팬을 둬봤자 지금 쓰는 것이 수명을 다하면 새로 살 것을 안다.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할 수록 나는 답답하다.

엄마가 어느날 사왔던 뻥튀기


가족들과 미니멀 라이프를 같이 시작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집안 전체의 많은 물건들을 함께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몇 십년을 같이 살아오면서 느끼는 바와 같이 가족들의 마음이 맞는 기적은 흔하지 않다. 보통 혼자서 미니멀 라이프를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가족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공동으로 생활하는 공간은 여전히 물건이 많을 것이다. 또한 가족 구성원들의 물건이 공동의 공간에 놓여있는 경우도 많다. 욕실이나 거실같은 공동의 생활 공간도 결국엔 내가 매일 다니는 생활반경의 일부이다. 공동의 공간도 깔끔하고 단순하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분명 찾아온다. 실천하면 할수록 욕심이 나는게 미니멀 라이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족들의 물건에 함부로 손을 대면 안 된다. 가족들의 물건을 임의로 정리해버리면 잠깐 깨끗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뿐이다. 가족들이 알아채는 것은 시간 문제다. 마음이 멀어지는 역효과가 날 것이 뻔하다. 그 자리는 어차피 새로운 물건이 다시 자리잡게 된다. 가족들은 더욱 교묘하게 숨길 것이다. 경험담이다.

또다시 엄마가 등장한다. 엄마는 유통기한이 지난 샴푸나 린스들도 버리질 못 한다. 어느날 보다 못한 내가 유통기한이 많이 지난 것 몇 개를 솎아내어 정리했다. 다음날 근무를 다녀오고 나서 보니 그 자리에 있던 샴푸와 린스들이 모두 사라졌다. 엄마가 숨긴 것이다. 내가 버렸던 것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이고 멀쩡한 제품들은 그대로 뒀다고 몇 번을 설명했지만 엄마 마음속에 자리잡은 물건에 대한 집착은 이길수가 없었다.

그때의 나는 합리적인 이유로 샴푸와 린스를 버렸었다. 첫째로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이 발생할 만큼 샴푸와 린스의 개수가 많았다. 우리 가족의 사용량보다 현저하게 많은 양이기 때문에 결국 유통기한 경과한 것들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유통기한이 지나서 제품이 변질됐을 수가 있다. 변질된 제품을 사용해서 피부에 병이 난다면 제품을 새로 사는 것보다 병원비가 더 많이 나온다.

아직도 나의 이유에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고려하지 못했던 것은 엄마는 물건을 보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또한 마음을 먹었을 때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했던 것 처럼 말이다. 또한 다른 부분들에서 아무리 엄마가 나를 설득해도 내가 납득하고 결심해야만 움직이는 것처럼 엄마도 엄마만의 삶의 방식이 있음을 알았다. 수 십년의 시간 동안 각자만의 방식대로 살아온 것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순 없다.

아직도 여전히 우리집의 공동 공간은 물건이 많고 지저분하다고 생각한다.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도 늘 굴뚝같다. 그럼에도 가족도 정리할 준비가 되어야 하고 그것을 내가 강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나서 부터는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다. 우선은 내가 꾸릴수 있는 나의 영역부터 정리하자.

그렇다고 전체적인 집 정리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동의없이 멋대로 정리하던 방식은 접었다. 항상 가족의 동의를 받는다. 가족들의 성향을 파악해서 진행하는 것도 포인트다. 동생의 경우에는 이유와 함께 정리해보는게 어떤지 넌지시 말을 건네면 본인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정리를 도와주는 편이다. 엄마의 경우는 난이도가 높다. 쓰레기라고 생각되는 것들에도 쓸모를 만들어낼 정도로 아끼는 분이기 때문이다. 몇 번의 경험 끝에 엄마는 중고로 집에 있는 물건들을 판매한다면 큰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았다. 번거롭지만 내가 먼저 깔끔한 집안을 위해 중고로 물건을 팔아보면 어떤지 제안하고 발품을 팔아 판매를 대신하는 이다. 특히 엄마는 물건을 놓아주는데 많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되도록 집안에 물건을 새롭게 들이지 않으려고 내가 노력하는 편이다.

결국 가족과 같이 사는 미니멀리스트에게 결론은 두 가지로 나뉜다. 아예 포기하고 오롯한 나의 공간, 나의 물건만 미니멀 라이프를 꾸리거나 가족들간의 대화와 가족들의 동의를 통해 물건을 조금씩 줄여보는 방향으로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방향이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중요한건 두 가지의 상황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모른다는 것이다. 나 또한 처음에는 독단으로 버리다가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적어도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우리의 삶이 머릿속의 시뮬레이션과 동일하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그러니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충분한 대화와 시도를 통해 길을 찾아보길 권한다.

동생들이 아끼는 인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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